Poems

안부 기계 이수명

myeongwoolee 2024. 3. 12. 20:49

안부 기계

이수명

 

 네가 안부를 묻는다. 안부는 여기 없다. 저기 이웃에 있다. 안부는 들판에 놓여 있다. 안부가 들판에 쓰러진다. 나는 걸음을 옮기지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저녁이면 걸음을 옮겼고 사람들이 다 같이 옮기는 걸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지 않고 걸어갔고 그들은 그냥 걸음과 하나가 되어서 걸음 자체여서 나는 그만 걸음을 멈추었는데

 

 네가 안부를 묻는다. 안부는 나를 아프게 하고 안부는 나의 살갗을 파고들고 살갗은 너무 캄캄해 나는 캄캄한 살갗을 여기저기에 걸어둔다. 들판 여기저기에

 천천히 굳어가는 돌이 있어

 돌을 입에 넣는다.

 네가 안부를 묻는다.

 


이수명, 『물류창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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