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허연
별로 존경하지도 않던 어르신네가
"인생은 결국 쓸쓸한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지금도 연애 때문에 운다
오베르 가는 길
여우 한 마리 죽어 있다
여우 등에 내리쬐는 그 빛에 고개 숙인다
길 건너 저녁거리와
목숨을 맞바꾼 여우
보리밭 옆 우물가
사람들은 여기서도 줄을 서 있다
마음이 뻐근하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에서 마지막 행이 인용된 걸 읽고 찾아보았던 시.
취업 준비하면서 생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쓸쓸함과 고독함에 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던 시기여서, 인용된 시구가 묵직하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태연한 인생」에서는 소설 속 엄마의 상황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