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는 1967년 4월 29일 충청북도 옥천에서 태어났다. 다섯 남매의 둘째 딸로, 국민학교가 끝나면 주로 방에서 그리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옥천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5월에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경리로 들어가 일하다가, 스물 네 살이 되던 해 중매로 아버지와 혼인하고 울산에 내려왔다. 그 뒤로 어머니는 주부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매일같이 바닥을 쓸고, 그릇을 닦고, 빨래를 널고, 지금까지 만 번에 가까운 식사를 지어 가족에게 대접했다. 문학이 좋아 국어교사가 되기를 원했으나 지금은 눈이 침침해 책 읽는 게 버거운 사람. 생활의 둘레가 ‘가정’이라는 단어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자식을 보살피는 동안 주부로, 또 한동안은 산후조리 도우미로 내 집 남의 집을 번갈아 다녔지만 결국 집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