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아버지

myeongwoolee 2023. 5. 31. 02:06

내 아버지는 1963년 11월 18일 울산에서 태어났다. 네 남매의 장남으로, 국민학교가 끝나면 뱃일을 했던 내 친조부와 시장에 나갔던 친조모를 도우며 자랐고 울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스무살이 되던 해 거제의 정유공장에 들어가 처음 일을 시작한다. 거뭇거뭇한 얼굴에 까만 기름때를 뒤집어쓴 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를 견뎌가며. 받은 돈의 대부분을 울산에 있는 부모와 동생들에게 부치며. 이후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들어가 가정을 꾸렸고, 올해로 37년째 기술노동자로 근속 중이다. 마찬가지로 거뭇한 얼굴에 주름살을 끼얹은 채. 페인트 냄새를 견뎌가며. 받은 돈의 대부분을 가정에 부치며.

 

인생의 대부분을 생계유지에 바친 사람. 일하지 않은 날이 일한 날에 비해 턱없이 적은 사람. 지금의 내 나이에도 피로한 몸으로 팔다리를 뻗고 허리를 구부린 사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는 아버지를 우리 가족은 막을 수 없다. 아버지에게 정지는 곧 죽음이다. 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누군가를 부양해야 하니까. 그런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쉬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좀 쉬어보고 싶다고. 아침에 눈떴을 때 일터가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버지의 퇴직이 3년 남았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엮음으로, 아버지의 인생에서 일을 빼놓고 말할 거리가 발견되기를 기대해본다.

 

2022.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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