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s

일요일 허연

myeongwoolee 2023. 10. 4. 23:06

일요일

허연

 

 별로 존경하지도 않던 어르신네가 

 "인생은 결국 쓸쓸한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지금도 연애 때문에 운다

 

 오베르 가는 길 

 여우 한 마리 죽어 있다

 여우 등에 내리쬐는 그 빛에 고개 숙인다

 

 길 건너 저녁거리와 

 목숨을 맞바꾼 여우

 

 보리밭 옆 우물가 

 사람들은 여기서도 줄을 서 있다

 

 마음이 뻐근하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에서 마지막 행이 인용된 걸 읽고 찾아보았던 시.

 취업 준비하면서 생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쓸쓸함과 고독함에 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었던 시기여서, 인용된 시구가 묵직하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태연한 인생」에서는 소설 속 엄마의 상황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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