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김포국제공항
어둑한 새벽에 사당역으로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나는 몰랐지만 공항버스는 예약제였고 그날 김포로 가는 공항버스 첫 차엔 빈 좌석이 없었다. 공항에 가기도 전부터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진 것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당장 택시를 잡아야 한다. 그 생각에 캐리어를 끌고 정류장을 떠나는데 기사님이 날 붙잡았다. 예약해 놓고 오지 않은 분이 1명 있으니 저 앞에까지만 타고 가보자고. 대신 예약자가 오면 내려달란 것이다. 예약자가 오지 않아 20번 자리에 앉으면 된다는 기사님 말에 버스 뒤로 갔지만 만석이었다. 요금을 이미 내버려서, 기사님은 자신이 착각했다며 미안하지만 입석으로 가면 안되겠느냐 묻는다. 택시비는 몇 만원일 텐데 4천원을 내고 버스 복도에 앉아서 간다면 나야 좋다. 캐리어를 앞에 두고 몸을 구겨 앉았다. 통제불가능한 우연적 사건들의 결합. 올림픽대로 옆 한강 너머로, 보랏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해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동안 잊고 있던 여행의 감각이 나에게 급속도로 진입하는 기분에 이번 여행을 막연히 기대하게 되었다.
교토역
5시에 집에서 나와 오후 1시에 교토역에 도착했으니 꼬박 7시간이 걸렸다. 비행은 겨우 한 시간, 대부분 기다린 시간이다.
신푸쿠사이칸 본점
교토역에서 동쪽으로 도보 5분 거리, 이 유명하다는 라멘 가게 바로 옆에는 또다른 라멘 가게인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이 바로 붙어 있다. 나는 그나마 줄이 짧은 신푸쿠사이칸에 선다.
d에서 이곳 단골은 라멘과 함께 볶음밥을 꼭 시킨다 해서 나도 똑같이 시켰다. 라멘은 적은 것으로 시켜도 양이 조금 많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할 때 만큼의 양이다. 볶음밥은 그냥 굴소스에 순후추 맛인데, 이 볶음밥의 어떤 맛에 환장한 건지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 손님은 학생이건 아저씨건 할 것 없이 모두 라멘 옆에 볶음밥을 끼고 있다.
206번 시내버스
라멘을 먹고 숙소까지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신기한 것이 많다.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린다. 요금은 내릴 때 낸다.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나를 포함해 뒤에 자리잡은 손님은 내릴 때 대체 어떡하나 싶었는데 기사님이 정말 끈덕지게 기다린다. 어떤 중국인 아저씨는 요금이 얼마인지 몰라 가지고 있는 엔화 동전을 모두 부었는데 성인요금에 50엔 못미치는 180엔이다. 그러나 버스기사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그돈을 받고 내리게 해준다.
한국 버스에선 주저 없이 버스에 올라타 카드를 찍고, 내릴 때엔 미리 문앞에 서있다가 일사분란 하차하는 것이 미덕이다. 조금이라도 하차를 머뭇거리면 문은 닫히고, 앞쪽의 기사에게 내린다고 소리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은 꼼짝없이 다음 정거장까지 실려간다. 마침 교토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탄 서울의 버스에서 그런 학생들을 보았다. 카드를 미리 꺼내놓지 않아 가방을 뒤적이느라 문을 가로막는 사람은 자신을 죄인처럼 여기게 되고, 반대로 모든 준비를 미리 마쳐 딜레이 없이 내린 사람은 미션을 완료한 듯한 일종의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
교토의 버스기사가 차고 있는 마이크 또한 하나의 볼거리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마다 "히가시야마나나조데스", "기요미즈미치데스" 따위의 안내를 한다. 미적지근한 스피커 소리는 사실 인파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버스가 서기 약 30초 전마다 꼬박꼬박 멘트를 날리는 모양이 2,000년대 한국의 라디오 DJ 같다. 버스가 붐비지 않으면 아마 하차를 위해 미리 일어서는 손님에게 앉아 있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고조 아넥스 게스트하우스
내가 묵는 곳은 고조 게스트하우스 별관인데, 체크인을 위해 처음엔 본관에 방문해 달라고 출국 전 몇 번이나 에어비엔비 메시지로 신신당부를 받았다. 그런데 그게 기억이 나야 말이지. 나는 별관 앞에서 주인의 신신당부가 생각나 본관 주소를 지도에 찍었는데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본관이니 별관이니 하는 것들은 가깝게 붙어 있겠거니 했는데 멀찍이 떨어져 있다. 캐리어 끌고 본관까지 갔다가, 다시 별관으로 가는 길이 그래도 어찌나 즐겁던지. 시드니에서의 기억으로 길 잃는 여행, 걷는 여행, 헤매는 여행이 아직 내 안에 새겨져 있다.
작고 깔끔한 방이다.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교토 고조 사이클
교토에 체류하는 내내 자전거로 이동하기 위해 렌탈을 계획했다. d에서 소개된 辻森自転車商会(스지모리지텐샤쇼카이)까지 숙소에서 35분을 걸어간다. 가는길에 자전거가 무척 많이 모인 곳에서 "하루에 200엔", "하루에 300엔"이라고 적힌 요금 표지판을 몇 번 보았는데 내가 가는 곳의 요금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값싼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내가 찾은 곳이기에 체험해보고 싶은 고집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에 1,500엔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다시 25분을 걸어 처음 본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는데 알고보니 내가 본 그 표지판들은 자전거 대여점이 아니라 자전거 주차장의 요금표였다. 다시 25분을 걸어 아까 그 가게로 돌아가야 하나.
구글 지도에서 하루에 1,000엔 정도인 다른 대여점을 찾아갔다. 나는 6일을 빌리려고 하는데 주인은 달력에서 손가락으로 날짜를 이상하게 짚으며 자꾸 7일치 요금을 보여준다.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는 분명 6일인데 말도 잘 안 통하고 이것저것 귀찮기도 해서 그냥 달라는 대로 요금을 냈다. 그래도 아까 갔던 곳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가게 주인이 대여 전 "교토 바이시클 룰즈"라는 팜플렛을 보여주는데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 자전거 타면서 노래 듣기 금지, 휴대폰 보기 금지, 인도에서 타기 금지. 난감한 건 주차다. 주민도 관광객도 일제히 자전거를 이용하는지라 자전거 주차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듯하다. 오직 자전거 주차장으로 지정된 장소에만 자전거를 주차해야 한다며, 교토 시내의 자전거 주차장이 모두 표시된 종이 지도까지 함께 준다.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며 보니 그정도로 까다로운 모양은 아닌 것이, 그래도 내가 이용하는 가게 앞에 대는 것이 어느 정도는 허용되는 모양이다. 데라마치 같은 시내에선 그것도 어렵겠지만 말이다.
2024-09-29
가모 강
숙소에서 가까운 가모 강을 7km 달렸다. 대략적인 인상은 청계천과 비슷하다. 너비는 한강의 반쯤 되고, 수심은 굉장히 얕다. 참새, 오리, 백로가 자주 보이는데 백로가 서울보다 훨씬 많다. 조깅하는 사람이 많고 대부분 일본인 혹은 백인이다. 교토풍의 건축물을 보며 달리는 것이 즐겁기는 하지만, 가모 강을 달리는 것이 교토적인 경험인지는 모르겠다.
그릴 코다카라
점심을 먹으러 d에 소개된 양식집에 갔다. 12시쯤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줄이 길다기보다는 회전율이 낮은 편. 줄을 선 사람이 모두 일본인이라, 제대로 찾아왔지 싶었다. 메뉴는 돈까스, 무슨 라이스 등 20개가 넘는데 모든 사람이 오무라이스만 시킨다. 가게 안도 온통 오무라이스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 웨이터는 키가 크고 허리가 곧다. 짧은 머리는 왁스로 넘겼으며, 얇은 뿔테 안경을 꼈고, 인중과 턱에 새치가 섞인 수염이 1cm 정도 자라 있다. 하얀 요리복을 입은 몸은 늘씬해서 그가 평소 먹는 것이 어떤지 보여준다. 손짓과 목소리가 절제되어 있다. 말하자면 프로페셔널인 것이다. 이 웨이터가 10개 정도 되는 테이블을 돌며 빈 잔에 일일이 물을 채워주는 것이 이 가게의 가장 큰 볼거리다. 왼손으로 빈 유리잔을 잡아 왼쪽 허리춤에 갖다댄다. 오른손으로 은빛 주전자를 높이 들어 유리잔 안에 물을 수직낙하시키고, 물이 채워지는 동안 잔과 주전자가 함께 오른쪽 허리춤으로 이동한다. 잔이 어느정도 차면 눕힌 주전자를 절도있게 세운 뒤 유리잔을 다시 테이블에 놓는다. 이 동작을 똑같은 자세로 반복한다. 얼핏 계산해보아도 하루에 수백 번은 할 것이다.
오무라이스는 소, 중, 대 세 가지 옵션이 있고 나는 중을 시켰는데 막상 받아보니 밥이 두 그릇 정도 들어간 것 같다. 숟가락으로 달걀 덮개를 잘라 밥과 함께 퍼먹는데, 김이 펄펄 나서 약간은 긴장한 상태였다. 그런데 볶음밥이 적당히 한숨 식어 있다. 손님이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식힌 온도임에 틀림없다. 김은 메뉴가 내어지기 직전 뿌려진 소스에서 나온 것이다. 이 고집스러움이 '교토적인 것'인 걸까? 오무라이스의 맛은 한국에서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밥은 케첩으로 볶고, 양파와 고기가 섞여 있다. 다른 테이블의 어린 학생이 시킨 오무라이스 대 사이즈를 보았는데 그 크기가 무지막지하다.
교토 동물원
7,500엔으로 표를 사 동물원에 입장한다. 묵은 동물 분뇨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한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나를 제외한 모든 손님이 어린아이를 낀 가족이다. 처음으로 본 동물이 기린이라 놀랐는데, 둘러보니 아주 스탠다드한 동물원이었다. 7살 어린이가 이름을 댈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이 모여 있다. 기린, 얼룩말, 코끼리, 올빼미, 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하마, 펭귄, 염소 등등. 인기가 가장 많은 동물은 고릴라다. 나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데 정말로 위협적이다. 내가 가장 기대한 동물은 랫서판다로, 만세 자세로 달려가는 모습을 기대했으나 다람쥐처럼 굴다리와 나무를 뛰어다니다 사라졌다.
요시다 신사 대원궁
시게모리 미레이 정원 미술관을 보고 싶어 바로 앞까지 갔는데 자전거 댈 곳이 보이지 않아 알짱거리기만 한다. 열린 문 안으로는 인기척도 없고,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 동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곳의 거대한 신사 입구 앞에 자전거가 서너 대 놓인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 자전거를 대고, 내친김에 신사나 보고 올까 싶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풀이 무성하고 길이 꺾여 있어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았는데, 서른 계단 쯤 오르니 사위가 몹시 을씨년스러워졌다. 날씨가 흐려 볕이 거의 들지 않는데 어딘가 멀리서 공포스러운 종소리가 들려오고, 철푸덕거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나 풀을 헤집고 다니는 짐승 소리 같은 것이 반복되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계단을 계속 오르며, 귀국 후 한국 무당이 나를 보고 무시무시한 악귀가 씌였다고 호통치는 상상을 했는데 막상 오르니 작은 신사가 하나 있어 주변만 둘러보고 바로 내려왔다. 그새 원래 가려던 정원 미술관이 영업을 종료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데마치 후타바
교토 전통 과자인 마메모찌를 파는 곳이라 해서 들렀다. 교토 간식은 처음이라 기대를 잔뜩 했는데 가게 앞으로 줄이 네 겹이나 쌓여 있었다. 줄 선 사람은 일본인이 대부분이고, 지나가는 일본인들도 속속들이 내 뒤로 합류한다. 진열장 안쪽으로 열 명 정도 되는 직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누군가는 안쪽 깊숙한 곳에서 떡을 찌고, 누군가는 그 위에 가루를 뿌리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정리하는 사람, 주문을 받는 사람, 계산하는 사람 등 각자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업되어 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정리하는 사람은 같은 자세로 서서 계속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꾀 좀 부려도 티도 안 날 것 같은 역할로 보인다.
줄이 네 겹인 만큼 줄을 관리하는 직원이 따로 배정되어 있다. 직원 중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다. 바삐 움직이며 통행로를 가로막지 않도록 사람들을 붙이고, 빈 자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일일이 앞으로 움직여 달라고 부탁하고, 가게 앞의 그 좁은 인도에서 자신만의 동선을 계획해 사람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나는 마메모찌 하나, 콩가루가 뿌려진 마메모찌 하나, 녹색 마메모찌 하나를 주문했다. 마메모찌는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 파는 찹쌀떡의 팥앙금 바깥쪽에 찐 통팥을 알알이 박아놓은 것이다. 먹었을 때 크게 독특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콩가루 마메모찌에는 통팥이 아니라 찐 밤 조각이 박혀 있어 단 맛이 거의 나질 않는다. 이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즐기는 간단한 간식거리가 아닐까.
교토 공원
데마치 후타바에서 산 마메모찌를 먹으러 근처 공원에 갔다.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교토 공원은 바닥이 모두 자갈밭이고, 그 가운데를 어마어마한 크기의 직사각형 담장이 채우고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천황이 기거하던 자신전이라는 건물이라고 한다.
공원의 크기에 비하면 사람이 거의 없고 그마저도 일본인이다. 자신전은 개방하질 않고 바닥도 회색 자갈이니 관광객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커다란 나무 아래 벤치가 있어 자전거를 세워두고 마메모찌를 먹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일본어로 무어라 말했다. 뜻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손짓으로 짐작건대 자전거를 저 뒤쪽으로 옮기라는 얘기 같았다. 하이, 하이, 하고선 당장 일어나서 옮기려는데 이번엔 도로 앉으라는 듯 손바닥을 내밀며 또 무어라고 말하고 떠나버린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먹던 건 다 먹고 하셔도 됩니다."라는 뜻 같았다. 뭐랄까 상당히 여유가 넘치는 도시다.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책을 좀 읽으려 했는데 모기가 네 마리나 나를 물어뜯기 시작해 참지 못하고 일어나버렸다. 모기만 없었어도 몇 번은 더 찾아올 만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에비스가와 츠라야
뽀빠이에 소개된 소바집이다. 저녁 영업은 6시부터여서 교토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려고 했는데 모기에게 쫓겨나 30분 일찍 왔다. 줄이 길게 서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무도 없다. 가게 앞에 서서 책을 읽다 첫 손님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줄이 없었는데, 내가 주문을 마치고 나니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온다. 오픈 시간을 알고 맞춰서 온 동네 주미인 것이다. 나이 지긋한 남자 셋 한 팀과, 아들이 사십대 쯤인 모자 한 팀이 바 테이블의 내 양 옆에 앉았다. 나는 오야코동을 주문하고, 아저씨 손님이 "나마 쇼" 주문하는 것을 따라 맥주도 한 잔 시켰다.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삼십여 분 동안 양쪽 팀은 웬 절임반찬을 깨작이며 술만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 메뉴를 주문한 건지 궁금해진다.
2024-09-30
청수사
아침 9시에 방에서 나와 청수사로 달려 갔다. 가는 길이 내내 오르막길이라 평소 하지 않던 업힐 훈련을 하면서. 9시임에도 이미 사람이 붐볐고, 현금이 없어 매표소에서 발을 돌려야 했다.
시노다야
뽀빠이에 소개된 시노다야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교토판 커틀릿 카레. 열두시가 막 되기 직전에 가게에 들어서 자리 곳곳이 비어 있었지만, 열두시가 되자 약속이라도 한듯 손님 몇 팀이 들어온다. 이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일 것이다. 나와 같은 메뉴를 시킨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의 학생 한 명뿐이고, 다른 사람은 대부분 소바나 라멘을 먹는다. 내 앞자리 할머니는 내가 첫 날 숙소 근처에서 먹은 니신 소바를 먹는다.
카레에 전분을 많이 넣은 건지 간마의 질감에 가깝다. 커틀릿은 얇게 저민 고기를 바삭하게 튀겼다. 대파 이외에 다른 채소는 없으며, 소고기 조각이 조금 들어가 있다. 튀김의 상태가 좋아 맛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은 아니다.
나이토쇼텐
종려나무로 만든 물건을 파는 가게에 갔다. d 에디터 구가 오사무가 추천한 상품은 빗자루여서, 나는 빗 정도를 기대하고 갔으나 수세미와 빗자루가 전부였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나왔다.
규쿄도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 가게 규쿄도에 편지지를 사러 갔다. 편지지 이외에도 엽서, 공책, 내가 모르는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가게는 무척 정돈되어 있다. 호랑이와 돼지가 각각 그려진 귀여운 종이봉투와, 가로선이 있는 큼직한 편지지 더미를 구매했다. 내가 가게를 구경하고 물건을 고르는 동안 많은 사람이 왔다갔지만, 무언가를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성스레 포장된 물건에서 오래된 종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스마트 커피
1932년 오픈한 스마트 커피는 전형적인 깃사텐이다. 깃사텐은 자리에 주문한 커피나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본식 카페를 뜻한다. 도쿄의 깃사텐은 음악을 듣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스마트 커피에 즐겨 들을 음악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아주 유명한 곳이라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나 10분 정도 지나 자리에 앉았다. 가게 인테리어는 진한 갈색의 나무와 이곳의 테마 컬러인 어두운 적색, 그리고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 아워엔 서버가 3명인데 모두 흰색 셔츠를 제외하고는 앞치마, 바지, 신발까지 검은색으로 맞추어 입었다. 내 앞쪽에 한국인 남녀가 앉아 있고, 옆쪽엔 중국인 아저씨, 나머지는 모두 일본인이다.
이곳은 타마고 산도와 프렌치 토스트로 유명하다. 프렌치 토스트와 드립 커피 아이스를 주문하고, 규쿄도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커피는 아이스라 그런지 독특한 풍미가 느껴지진 않고, 프렌치 토스트는 겉만 바삭하게 구워 식감이 좋다. 나이프로 잘라 단면을 보니 빵의 안쪽은 달걀에 막 적셔진 그대로의 상태였다. 고온에 겉만 익힌 듯하다. 메이플시럽을 잔뜩 뿌려 아직 따끈한 프렌치 토스트를 와구와구 먹는다.
음식을 얼른 먹고 조카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말미에 안태운 시인의 '아이와'라는 시를 적어주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한 살도 안 된 조카에게 시를 써준 것이 너무 혹독하지 않은가 싶다. 그래도 중학생 즈음 되었을 때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아리츠구
교토에 오기 전 가장 기대한 곳이 이곳 아리츠구다. 식칼을 중심으로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구매한 칼에 이름을 새겨주고 평생 무상으로 물품을 돌봐준다 한다. 막 요리에 빠졌던 나는 이곳에서 평생 쓸 식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교토 여행이 기대되었다. 그런데 가장 저렴한 칼은 16,000엔이고, 그마저도 작은 사시미 정도의 크기여서 내가 쓸만한 칼을 사려면 2만엔은 족히 내야 하는 것이다. 욕심을 내어 충분히 지불할 수도 있었지만 '뭐, 더 넉넉할 때 다시 찾아와 구매하면 되겠지.' 정도의 생각으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니시키 시장
채소, 생선, 국수, 채소 절임, 차, 전통 과자 등의 지역 특산물이 즐비한 교토의 시장. 구글 지도에 저장한 니시키 시장의 설명은 이렇다. 막상 들러보니 해산물 꼬치구이, 덴뿌라, 사시미가 가게의 대부분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음식을 몇 번 마주하긴 했으나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1km는 넘어 보이는 니시키 시장을 모두 구경했는데, 하모 덴뿌라만 사먹었고 그마저도 익숙한 맛에 튀김이 느끼해 불만족스러웠다. 인파의 대부분을 서양인이 차지하고 있고 너도나도 타코야끼나 덴뿌라 같은 것을 먹기 바쁘다. 개인적으로 먹거리를 즐기기엔 한국의 광장시장 같은 곳이 훨씬 괜찮게 느껴진다.
난젠지
한자로는 남선사. 교토에 온 내내 하늘이 흐리다가 오늘 처음 해가 밝게 떴는데, 난젠지 가는 길에 경치가 너무 좋아 몇 번이고 멈춰 사진을 찍었다. 인화될 사진들이 궁금해진다.
난젠지 안쪽에 고조 쿄엔에 700엔을 내고 들어가면, 젠(zen) 또는 선이라고 부르는 일본 불교 사상이 시각화된 공간을 볼 수 있다. 가로 세로가 10m 채 되지 않은 작은 정원에 나무 또는 바위가 놓여 있고, 바닥에 깔린 자갈이 격자무늬로 깔려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만히 앉아 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긴카쿠지나 료안지에 가면 선 공원의 정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남은 일정 내에 들를 생각이다.
마모리야
어제와 엊그제는 7시가 되기 전 숙소로 돌아와 씻었다. 저녁 시간에는 가져온 잡지를 보며 교토를 공부하고, 일기를 쓰고, 다음날 일정을 계획했는데 저녁 시간을 숙소에서 쓰는 것이 아까워 오늘은 이자카야에 가기로 결심했다.
숙소 근처 '사쿠라 바'라는 곳의 리뷰가 너무 좋아 문앞까지 갔는데, 만석이라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쓰여 있었다. 이곳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어쩔 수 없이 완전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마모리야라는 이자카야로 향했다.
2층에 있는 마모리야는 주방을 중심으로 ㄱ자 모양의 바 테이블이 있고, 다른 한켠에 서너 개의 단체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단체석엔 아직 아무도 없고 바 테이블엔 4명이 앉아 있었다. 덩치가 큰 사내 둘 한 팀과,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아저씨와 그의 동반자. 내가 바 테이블의 구석으로 향하자 내가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말 많은 아저씨 부부가 한 칸씩 옆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니 '유 아 웰커므'라고 말하는데, 내가 딱봐도 외국인인가 보다.
생맥주 한 잔, 감자 샐러드, 야끼소바를 주문했고 은색 기타 케이스를 멘 30대 남성 한 명이 들어온다. 내 옆에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이번엔 내가 한 칸 자리를 옮겼다. 내 감자 샐러드가 먼저 나오고, 그가 주문한 스지 간장 조림과 가라아게가 나왔다.
감자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 몇 입 먹자마자 맥주 한 잔을 다 비웠다. 술을 이렇게 맛있게 든 적이 언제였는지. 옆 자리 아저씨의 음식이 나오기 전에, '양이 많으니 같이 먹어도 된다'는 말을 번역기에 적어 보여주었는데 "Sorry"를 연신 외친다. 거절당해도 기분 나쁘진 않았다.
나에게 자리를 내어준 말 많은 아저씨가 쉴 새없이 떠들고, 주방의 마스터는 적절히 대꾸하고, 천장의 브라운관 티비에선 '쥬만지 2'가 동시통역되어 나온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감자 샐러드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도저히 심심할 수가 없지. 야끼소바가 조금 느리게 조리되어 한참을 기다렸고 나는 맥주를 한 잔 더 시킨다.
말 많은 아저씨의 많은 말 중 단어 몇 개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텐샤(자전거), 캉코쿠(한국), 참이스루(참이슬), 참이슬 얘기할 땐 그 이름이 확실하지 않았는지 마스터가 나에게 "참이스루? 참이스루?"하며 이름을 확인한다. 나는 하이, 하이, 하고 대답한다. 참이슬은 정말 맛없다, 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번역기를 보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음식과 술은 내가 가본 술집 중 최고라 할만큼 맛있었다. 이제야 이자카야를 와 보다니, 남은 일정 동안 혼자 술 마시러 자주 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계산을 치르고선 손님과 직원들에게 "오오키니"를 두세 번 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2024-10-01
청수사
어제 못 간 청수사에 다시 갔다. 아침 7시에 입장료를 챙겨서. 이른 시간에는 관광객이 없어 매표소가 안쪽의 작은 곳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어로 기요미즈데라. 금각사와 더불어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일 것이다.
커다란 청수사를 지나, 샛길로 빠졌다가, 청수사 맞은편의 붉은 불탑에 들르고, 아래로 내려왔다. 청수사에 100명이 입장하면 50명은 청수사에만 올라가 보고, 남은 45명이 붉은 불탑에 들르고, 그 중 30명이 아래로 내려가며, 샛길로 빠지는 사람은 5명이 채 안 될 것이다. 청수사처럼 넓은 교토의 관광지를 둘러볼 때 내게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은 샛길로 빠지는 것이다. 그곳엔 본당보다 놀라운 자연이 펼쳐져 있고, 새와 풀벌레 소리가 사위를 채우며, 길의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 만큼 들어가서 가고 싶은 길을 걸으며 둘러보면 된다.
청수사의 샛길은 붉은 불탑으로 가는 도중 나오는데, 거대한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거기에 문이 있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철조망의 오른편에 "야생 원숭이는 사람을 공격하니 가까이 가지도 도발하지도 말라"는 경고판과 함께 작은 문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야생 원숭이를 볼 생각에 신이 나 들어갔으나 원숭이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일자로 높이 뻗은 고목이 가득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서늘한 숲과, 아침 햇빛이 비추는 초록색 풀과 거미줄을 보았다. 사진을 몇 장이고 찍었다.
마츠야
청수사에서 나와 데리마치 거리의 마츠야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마츠야는 요시노야와 함께 일본인이 애용하는 저가형 덮밥 가게 체인이다. 기본 메뉴인 규동의 가격이 대략 500엔부터 시작한다. 평일 아침을 그곳에서 해결하는 직장인을 구경하기 위해 오전 8시 30분에 마츠야에 도착했다. 그러나 손님은 두 명 뿐이었고 직장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포토하우스K
일본에서 다 쓴 필름 두 롤을 현상하러 갔다. 직원분이 몹시 친절했지만 가격이 정말 비싸다. 인화, usb/cd와 다른 옵션 하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총 3가지 옵션으로 사진을 받을 수 있다. 나는 2롤(한 롤에 36장)을 실물 사진과 usb로 받았고, 16GB usb 가격(대략 1천엔)을 포함해 총 8천엔. 교토에서 한 소비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디지털 파일로만 받아도 되는데 이 옵션은 없다.
야꼬
뽀빠이에 소개된 소바 가게. 추천된 메뉴는 '키시마'라는 메뉴인데 중면을 우동 육수에 담구어 먹는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 번역기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그냥 우동이라고 하지 않나?
난 돈 내고 먹은 우동에 만족한 적이 없어서 유명한 우동 가게에서 우동을 먹어봐야겠다는 환상이 있는데, 이곳의 우동도 특별한 맛이 나진 않았다. 우동 매니아에겐 아마 국물의 차이가 클 것이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우동 육수의 재료가 되는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묘사되어 있다.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을 보러 교토시 서쪽의 아라시야마에 갔다. 차로 30분 걸린다는 거리를, 자전거를 빌린 것이 아까워 자전거로 갔다왔다. 왕복 2시간 반. 오며가며 그냥 열차를 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잘 한 것 같다.
교토에서의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교토 시내는 작고 밀집되어 있어 체력만 괜찮다면 자전거를 타고 거의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온 료안지, 겐코안에는 한국인이 없었다. 보통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은 길어야 3, 4일 머물 것이고, 기요미즈데라나 금각사처럼 랜드마크 격인 곳을 많이 방문할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온 여행자라면 많이 걷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라시야마엔 한국인이 많지만, 대숲 입구인 사가노 대숲만 지나면 한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가노 대숲의 길이는 500m 남짓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치쿠린이나 아라시야마 공원, 가츠라 강 같이 볼 수 있는 구역이 무척 넓어진다. 왜 한국인은 교토시내에서 열차를 타고 아라시야마까지 가선 사가노 대숲에서 발걸음을 돌릴까?
내가 내린 결론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토에서 자전거를 2-3일만 타게 되면,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은 길로, 가고 싶은 때에 갈 수 있다'는 감각이 몸에 배기 시작한다. 가모강을 북에서 남으로 끝까지 가볼 수도 있고, 금각사와 여우 신사를 하루만에 돌아볼 수도 있다. 나처럼 기요미즈데라에서 아라시야마까지 한 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고 간 여행자는 사가노 대숲에서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아까우니까. 여기까지 온 고생이 아까워서라도 구석구석 샛길을 살펴보고, 체력이 달려 앉아서 쉬기도 하고, 언제 또 돌아가나 싶어 알짱대기도 하는 것이다. 열차와 버스를 타는 사람에겐 그런 감각이 없다. 적은 수고로 아라시야마에 도착해선 사가노 대숲의 인파에 질려 금방 발걸음을 돌리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돌아가도 괜찮다. 금방 열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으니까. 열차와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니까.
아라시야마의 대숲은 빼곡하고 스산하다. 하지만 울산에 들를 때마다 십리대밭을 달리는 나에겐 그리 놀랍진 않았다. 나는 이날 두 시간 반 동안 자전거를 타고, 3만 6천보를 걸었다.
마모리야
마모리야에 두 번째로 방문했다. 이번엔 감자 샐러드와 다시마키, 난코츠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이곳의 생맥주는 정말 최고다. 혼자 온 다른 한국인 손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담배를 피고, 전날 가려 했던 사쿠라 바에 갔다.
사쿠라 바
구글 지도에서 본 리뷰는 마모리야보다 사쿠라 바가 훨씬 좋았지만, 나에겐 정반대다. 사쿠라 바도 손님을 환대해주었고 근처 주민들로 가게가 가득 차 있었지만, 생맥주가 마모리야보다 맛없다. 튀김 안주를 두 개 주문했는데 모둠 튀김은 너무 느끼했고 새우튀김(새끼 손가락보다 작은 민물새우)는 괜찮았다. 구글 지도에 안내된 영업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2024-10-02
와슌 타모리
뽀빠이에 소개된 일본 가정식 식당. 금각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고, 이 동네엔 한국인이 없다. 1년에 메뉴가 두 번씩 바뀐다고 한다.
일본에서 관광지나 가게를 방문하면 보통 내가 관광객인 것을 곧장 알아차리고 영어로 말을 걸고, 그렇지 않더라도 몇 마디를 나누고 나면 내가 일본인이 아닌 것을 눈치챈다. 이곳의 직원 분은 5분 정도를 내가 일본인인 줄 착각한 것 같다.
메뉴는 연어구이, 새우튀김, 사시미 3종류이고 모두 정식이다. 나는 연어구이를 주문했다. 한국의 어묵과 다르게 생긴 말라비틀어진 어묵볶음(식감은 촉촉하고 작은 멸치가 소량 섞여 있다), 다시마키 2조각, 감자/소고기/묵 조림, 채소 절임, 냉소바(면이 말차 색이다)가 반찬으로 제공된다. 연어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구워졌다. 교토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마음에 든다. 가격은 1,300엔, 사진은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단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겐코안
겐코안-금각사-료안지를 모두 둘러볼 생각으로 먼저 겐코안에 방문했다. 한적한 마을에 위치해 있어 사찰 내부가 무척 조용한데, 구석으로 가면 담장 너머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 그곳에 앉아 있는 것도 괜찮다. 겐코안의 가장 유명한 2개의 창문은 내가 교토에서 본 건축 조형물 중 가장 아름답다. 원형 창문은 창문을 둘러싼 벽 전체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고, 창 바깥으로 녹음이 보이며, 바람이 약간 불어 나뭇가지가 조금씩 흔들린다. 그 앞에 가만히 앉아 명상했다. 몇 시간이고 그곳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숙소에서 멀리 나왔으므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나왔다.
금각사
금각사 앞까지 갔는데 아라시야마처럼 사람이 무척 많고, 금각사 입구에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어 그냥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료안지
난젠지의 선 공원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서,
여행지에서 쓴 일기는 료안지 내용에서 끊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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