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강릉의 소리와 단어

myeongwoolee 2024. 3. 12. 00:23

2024-03-01부터 2024-03-02까지

 

 강문해변에서 마루 무너지는 소리와 포말 터지는 소리, 바람 소리를 들었다.

 

 

 

 칠사당에서 기와지붕 위에 쌓여 있던 눈이 햇빛에 녹아, 기왓장을 타고 흙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묵었던 숙소의 툇마루에서 아침 새 지저귀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강릉에서 방문한 킨조 스튜디오에서 옥색 반팔 티셔츠와 무화과 사진 엽서를 샀다. 티셔츠에는 강릉의 일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다리가 다 나으면 이걸 입고 서울을 달릴 거다.

 조카가 태어난지 100일이 되어 편지를 써주려던 참에 마침 무화과 엽서가 보여서 샀다.

 

승아에게 줄 편지

 

 조카 편지에 외삼촌 말고 외삼춘이라 쓰는 게 재밌다. 강릉도 강능이라 써봤다. 다른 뜻은 없고 강릉 영어 표기가 Gangneung인 게 재밌어서...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매장 직원 분께 말을 좀 붙이다 커피를 얻어 마셨다. 커피만 얻어 마신 게 아니구 떡도 얻어먹고, 강아지 녀석도 안아보고, 가볼 만한 곳도 가득 추천받고, 이야기를 길게 나눴다. 이 대화에는

 '큰 도시, 작은 도시, 실존, 익명성, 의탁하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감사'라는 단어도.(우리의 입에 의해)

 

바리스타 엄건호 씨의 뒷모습과 주리님이 써준 카드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도시에서 온 낯선 손님에게 따뜻한 커피와 맛있는 떡을 나눠 주시고, 또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신 건호 주리 님께 감사드린다. 그분들은 우리 가고 나서도 다른 많은 손님을 이렇게 맞으셨을 거다.

 

 나는 프릳츠 올드독 원두를, 여자친구는 건호 님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내려 주셨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 맛이 심상치 않아 '연습을 정말 많이 하셨네요' 따위의 말을 건네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는데 -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엄건호 씨는 아주 숙련된 바리스타인 듯해 부끄러워졌다.

 

 

 

 강릉에 꼭 가볼 장소랄 건 없었지만 다시 가게 될 날엔 강릉 떡집을 꼭 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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