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주연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나도 어렸을 때 암묵적인 합의를 어기고 마을의 시야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 누구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노란 플라스틱 굴다리와 선선한 공기, 5시 무렵의 하늘 같은 게 떠오른다. 나는 그때 아파트 북쪽 언덕 위의 하얀 교회에 딸린 놀이터에 있었다. 그날 부모님과 이웃들은 나를 찾아 나섰고 나는 위층 아주머니께 발견되었다. 난 어릴 적 기억을 대부분 잃었지만 어머니께 전해 들은 이야기다.
나는 혼나지도 않았고 매를 맞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 하나 찾아 뭇 어른들이 시간을 내서 땀흘린다는 게 거대한 말썽 같지만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거 같다. 나는 당연하듯 분실되었고 마을은 당연하듯 나를 찾아 나섰다. 머지않아 찾았고. 마치 자연의 이치 같았다. 그 시절에는 많은 아이가 나처럼 분실되었을 것이고 그보다 몇십 배 많은 어른들이 발벗고 나섰을 거다.
낡은 아파트와 낮은 울타리, 오래된 콘크리트로 길을 낸 북쪽 언덕과 논밭, 저수지, 교회, 놀이터는 이제 없다. 수 년 전 그곳을 찾았을 때 더 많은 포장도로와 더 많은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들어서고 있었으니 이젠 정말 없을 거다. 아이들은 이제 모험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자연도 숨길 아이가 없겠지. 모험과 분실과 낙엽이나 나뭇가지 밟는 소리와 거대한 손전등과 헐떡이는 숨소리가 사라지던 그 과정은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어른들의 대화와 반성과 합의로 포장되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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