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보통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3년을 쓴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7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이다. 은퇴를 번복하고 제작한 작품이자, 감독의 나이(82세)를 고려했을 때 유작을 만든다는 태도로 임했을 작품.
일생에 걸쳐 애니메이터로 작품을 만들어 온 한 명의 사람이, 마침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어할까?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의 관람 꼭지가 여럿 나온다. 어린시절의 원체험(Origin)에 관한 이야기, 정체성(일본인)에 관한 이야기, 직업 애니메이터로서 몸담은 지브리 스튜디오에 관한 이야기, 시나리오 작가로서 쓰고 싶었을 이야기로서의 마지막 이야기.
내가 기억하는 한 내가 극장에서 두 번 본 최초의 영화다. 작년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두 번 보려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이 영화는 개봉했을 때 한 번 보고,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메가토크로 한 번 더 봤다.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건데 이동진 씨는 영화를 볼 때 클립보드에 A4 용지를 여러 장 받쳐놓고 그곳에 메모를 휘갈겨 쓴다고 한다. 나도 하나의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보며 드는 생각을 백지에 수기로 쓰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종이와 펜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메가토크 보는 날 아무것도 안 챙겨서 급한대로 가방에 있던 읽던 책에 친구 펜을 빌려 어찌어찌 해보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종이와 글자는 정말 하나도 안 보인다. 안 겹치게 쓰려고 손바닥으로 종이를 더듬어가며 썼다. 왼쪽 페이지에 보면 완전히 겹친 두 문장이 있다. 영화를 보며 빈 종이에 내 생각을 손으로 쓰는 경험은 정말 상쾌하고 특별했는데, 마치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