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 공연을 보고 왔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아티스트였고, 정수가 2024년 하반기에 가장 좋아하고 있지만 나를 제외한 그의 주변인은 아무도 영업을 당해주지 않았고, 마침 나는 음악 청취자로서의 정체성과 장르와 취향의 경계를 넓히는 것의 어려움에 관해 그와 이야기했고, 그래서 요즘 아무도 듣질 않는 포크라는 음악을 들어보고 싶었고,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준비 자세와 다르게 일부러 그들의 음악을 단 한 곡도 듣지 않고 공연장에 들어갔고, 첫 곡의 인트로 기타 연주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했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들은 너무 보기 좋았고, 나는 공연을 보는 동안 음악도 책도 영화도 즐길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게 참 좋다고 생각했으며, 공연을 다 보고 나선 호프마당에서 정수와 생맥주를 마시며 음악 얘기 딴 얘기를 잔뜩 나누었고, 나는 공연장에서 그들의 2집 CD도 샀고 싸인도 받았는데 아직 들어보진 않았으며, 싸인을 받을 때 내가 음원은 안 들어봤다고 이야기하자 설빈 님은 공연의 음향보다 밋밋한 음원에 실망할 것을 걱정했고, 실제로 나는 1집 음원을 그 뒤에 들어보았는데 공연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정말 공연만큼의 감동은 없을 것이라고 정수가 호프마당에서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럼 음원은 안 듣고 그 사람들 공연만 가서 듣는 팬이 되면 되지"라고 맞받아 쳤고, 그는 생각해 보더니 "그것도 좋지"라고 말했다. 음. 그것도 정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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