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남서쪽 굽이진 숲길 속 디아넥스 호텔 주차장에 희고 깨끗한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제주에선 매일, 하루에 세 번씩, 그 버스로 스무 명 정도의 사람이 모인다. 이타미 준의 이름을 알음알음 짚어 찾아온 이들이다. 버스는 아주 정확한 시각에 출발하고, 버스 안에선 명랑한 목소리의 가이드가 준비된 멘트를 까랑까랑 내어 보인다. 수풍석 뮤지엄의 유지 및 보수, 관람객을 통제하는 모든 일은 뮤지엄이 자리한 비오토피아의 주민자치단체가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 운전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우리를 석 뮤지엄, 풍 뮤지엄, 슈 뮤지엄으로 데려다 놓는다. 과속방지턱에선 차를 거의 멈추다시피 하고,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조심해서 내리라고 일러 준다. 수풍석 뮤지엄은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의 물, 바람, 그리..